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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만화

아쉬우면서도 만족스러웠던 - 마당을 나온 암탉

이래저래 이번년도에는 제법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개봉되었다. 물론 대다수의 애니들은 그다지 좋지 못한 스코어 기록은 당연하다. 왠만한 애니들은 일본에서 제작되는데다 라이센스 문제로 일본에서 개봉되고 한참 후에나 들어오는 관계로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다음에 개봉하는지라 스코어는 거의 절망이며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있더라도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인 일본 작품과 비교하면 한참은 뒤떨어지는 스토리과 이미지 퀄리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헐리우드와 비슷하게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면 투자되는 금액 자체가 틀리다. 그러니 개봉이 되도 영상도 스토리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사실 본인이 한국 애니 보면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이 '오세암', '마리 이야기' 정도 였다. 상당히 괜찮은 퀄리티의 '오세암'조차 14만명만이 극장에서 봤을 뿐이다.

'원더풀 데이즈'는 기대와 함께 완전히 산화되어 이후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를 암울한 시도로 만들어버렸다. 아직 보지 못한 '소중한 날의 꿈'이 어느정도 일지 모르겠지만 우선 오늘 본 '마당을 나온 암탉'은 꽤나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바로 지브리 작품들이다. 지브리 작품의 특징 중에 하나라면 바로 아이와 부모가 같이 보더라도 양쪽 모두에게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비슷한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미흡한 면도 있지만 이정도면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 내용상 '마당을 나온 암탉'이 좀더 어른을 위해 좀더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타겟층을 분명히 한다. 좀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하나하나 천천히 조심스럽게 풀어나간다.

양계장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자라온 암닭 그저 마당에서 자유스럽게 다니는 동물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경험이라는 것은 전혀 없다. 그저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게 다가올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선하며 소중한 것이며 감싸야 할 것으로 보이고 모든 것을 포옹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었으며 알을 낳으면 그저 뺏기기만 하던 그녀이기에 모든 자식은 그녀에게 지켜야하는 소중한 생명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현실이며 또한 약육강식의 일면에 있어서 어려운 선택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분에 좀 더 디테일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 모든 것이 새롭지만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은 겨울이 다가옴과 함께 서서히 다가온 죽음이 눈앞에 보이게됨을 보여준다. 제한적인 선택과 자유를 지키고자 했던 그녀에게 남은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결론은 따스하게 그리고 어둡게 다가온 것인지 모르겠다. 애꾸눈이 마지막에 보인 눈물은 그것을 대변하는 것일지라.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감을 보여주며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한국형 애니메이션다운 색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배경과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만해도 6년 동안 고생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 정성이 가득한 화면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추세에 따라 3D를 강제이입시키기보다는 화면 퀄리티에 무게를 두고 묵묵히 보여주는 점은 정말 감동어린 부분이였다.

스토리에 있어 레이싱이 다소 뜬금없기는 하지만 개연성을 따지자면 필요한 부분인지라.. 충분히 이해하고 봤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예전이나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지금 나오는 대다수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평균치 이하의 작품들이 즐비하니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이정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정말 대단하는 생각 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적어도 이전에 나온 한국 애니메이션에 비해 상당히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다. 원작이 괜찮은 면도 있겠지만 타겟층을 분명히 한 점은 장점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한국 애니메이션치고 상당히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좀 멀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좀 더 한국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게 끔 한다. 다른 국내 애니메이션 개발사들에게도 자극이 되었을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항상 지적되어 온 것은 스토리였으며 국내 애니를 좋아하는 층에게 지적되어 온 것은 성우진 구성이였다. '마당을 나온 암닭'은 이중 스토리를 클리어 했다고 본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이 100만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성우 구성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닭'이 좀 더 전달력을 갖고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 성우를 내세워 미흡진 느낌이다. 문소리씨와 유승호씨를 비롯한 최민식씨까지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나마 박철민씨가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퀄리티라는 측면을 좀 더 고려해서 만들어왔음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작년에 투니버스에서 '썸머워즈'을 더빙하여 방영한 적이 있다. 블루레이나 DVD에 삽입되지는 못했지만 정말 훌륭한 더빙이였다. 미디어로 더빙이 삽입되지 못한 것이 내내 서운할 정도였다. 그리고 국내 성우진 분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 '마당을 나온 암탉'를 살리는데 충분하고도 남을 인력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굳이 영화배우를 섭외한 점은 서운한 부분이다.

대다수의 2D/3D 애니메이션들이 극장에서 개봉되면서 연예인이나 영화 배우 섭외하는데 이게 정말 흥행에 도움이 되는 건지도 궁금하다. 매번 영화 개봉할 때 마다 지적되는 것이 성우 기용 부분이였는데 말이다. 디즈니나 지브리 작품들이 국내에 개봉할 때 연예인 기용했나? 자신있게 시도해주길 바란다.

영화가 시작되고 캐릭터들이 나오고 첫 대사가 극장안에 울려퍼졌을 때 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웃기는 장면이 아니였는데 말이다. 그저 캐릭터가 등장하고 첫 대사를 던졌을 뿐인데... 이건 싱크로율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