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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이야기

기대한 만큼 실망한 - 원더우먼


어린 시절의 추억의 히어로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물론 옛것 그대로 좋겠지만 현 트렌드에 맞추어 볼 수 있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도 뒤돌아보고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다시 볼 수 있는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리메이크, 프리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들이 소생하고 있다. 물론 일본처럼 실사화를 통해 말도 안되게 캐릭터를 말아먹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헐리우드의 히어로 캐릭터들은 성공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개봉한 원더우먼도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며 개인의 기대를 떠나 '원더우먼'은 단순히 오랜만에 선보여지는 원더우먼으로서의 자리매김 뿐만 아니라 워너브라더스에서 밀고 싶어 안달난 DC 확장 유니버스의 견인 역할까지도 해야하는 엄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본인이 기억하는 원더우먼은 '린다 카터'가 주연한 TV판이였다. 클래식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원더우먼은 어릴 시절 나에게 3백만달러의 사나이나 맥가이버처럼 히어로였고 매력 그 자체였다. 나와 같은 추억을 가진 관객들을 끌어모으면서도 새롭게 구축되는 세계로 신규 관객까지도 끌어들여 슈퍼맨, 베트맨 등 다수의 히어로를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구성시켜는데 있어 초석과 같은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원더우먼'인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찌되었건 다소 흥행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DC 확장 유니버스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하기 그지 없다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DC 영화 기준으로 보았을 때 흥행하고 또 성공작이라는 것이지 경쟁구도로 볼 수 있는데 마블에 비하면 택도 없는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의 시작은 아이언맨으로 시작해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성공적인 시리즈로 만들어 냈다고 하면 DC는 이래저래 제작한 작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헤매는 상황에서 그나마 '배트맨 대 슈퍼맨 - 확장판'에서 방향을 잡고 '원더우먼'이 그 뒤를 이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실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확장판에서나 그나마 볼만 했고 극장에서의 내용은 정말 도대체 무슨 의도이지?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고, 맨 오브 스틸이 그나마 괜찮군 했다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대로 말아드신.. 마블에 비하면 흥행성에서 너무 떨어지는 상황.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전개구조는 정말 아쉽다 못해 측은함이 들 정도이다. 마블의 경우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앤트맨'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나름대로의 미션을 클리어한 상황이다. 


DC는 배트맨과 슈퍼맨이라는 안정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관 구축에 삐꺽대고 있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더우먼을 감상하면서 느껴지는 것은 갤 가돗이 이쁘게 나왔는데 연기는 못한다라는 것이였다. 차라리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모습이 더 좋았다. 그리고 훨씬 더 적극적이였다. 원더우먼의 시간대로 보자면 '원더우먼'자체가 성장기를 다루고 있으니 적극성에서 떨어지고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성장하면서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한다고 치더라도 초기에 호기심 어린 모습에서 인간의 현실을 마주치며 발생하는 성장의 곡선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알아간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던가 아니면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속의 기준을 통해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무언가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듯한? 차라리 성격 자체가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다라는 이미지로 밀고 나갔으면 모르겠는데 호기롭고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캐릭터라기에는 이도저도 아닌 장면으로 인해 입체적이지 못해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다. 오히려 크리스 파인이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크리스 파인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시간은 '원더우먼'에 비해 적지만 캐릭터가 충분히 입체적으로 묘사되었고 연기 또한 상당히 좋았다. 보여지는 눈빛 연기도 남자가 보았을 때도 흔들릴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



이래저래 빈틈이 많은 영화이지만 DC 확장 유니버스를 살려야하는 입장에서 앞서 개봉한 작품들이 워낙 말아먹은 난이도가 높아서인지 그나마 나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배트맨 대 슈퍼맨:확장판'이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차후에 원더우먼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뭐가되건 마블이 안정적인 전개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면 DC는 아직을 길을 헤매이는 듯한 모습이다. 


DC에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플래시, 그린 랜턴, 아쿠아맨, 사이보그 그리고 할리 퀸과 조커까지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듯하다. DC 영화들 중에 그나마 낫다는 것이지 여타 다른 영화와 비교하여 낫다는 것이 아니다. DC 캐릭은 그 자체만으로의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제대로 투영되지 못한 느낌이다.


마블의 성공에서 너무 급한 것이 아니면 너무 쫓아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1등을 쫓아가려 하지말고 자신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원한 '원더우먼'은 그저 이쁘기만 한 '원더우먼'이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