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음악 이야기

중력이 사라진 곳 - 그래비티(Gravity)


보자보자 해놓고 극장에서 지나가 버린 영화가 있다면 '설국열차'와 '퍼시픽 림'이였다. 아~ 핑계가 어찌되었던 간에 뭐가 되건 시간 낸다는 것에 대해 그냥 쉬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보고 싶었음에도 그냥 지나가버린거다. 그러다.. 봐야지봐야지 했던 '그래비티'도 극장에서 다들 내려가는 분위기인지라 거의 끝물에 겨우겨우 보게되었다.

이왕 극장 온거 뭐~ 하며 '그래비티'와 '토르2'를 순서대로 감상.

얼마전에 EBS에서 본 프로가 있었는데 무슨 프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프로에서 이야기한 것은 스펙타클로 인해 내용의 전달이 희석되고 보다 자극적이고 반전 위주의 영화나 미디어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돌이켜보면 스토리는 단순하고 반전 요소를 위해 치닫고 화면에 보다 자극적이고 화려함만을 수놓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이것은 영화 뿐만 아니라 광고, 문구, 글, 기사 등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이것은 풍요로운 삶으로 인해서 보다 자극을 찾은 결과라는 이야기였다.

내 자신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지만 보고 나서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이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래비티'에 반전은 없지만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하지 않은 소재로 중력(Gravity)이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느끼는 부분은 각기 다를 것 같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의 경우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왠지 나 혼자라도 좋을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시간이 영속되었으면 좋겠다. 이기적이 되고 내가 할 일만 하면 되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메세지를 주는 듯하다. 산드라 블럭의 초기 모습은 우주에서 좋은 것이 조용하다라는 것이였다. 건드리는 사람도 없고 조용히 자기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무언가 잊을 수 있는..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녀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리지만 결국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대화를 해야하며 타인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고 그리고 생존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용기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그 계기는 결국 친구이며 동료이며 주변의 사람들인 셈이다. 포기하는 와중에도 '살아라'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은 그녀의 생존 본능이 아니라 그녀의 머리속에서 그녀를 깨우는 동료였고 희망이였다.

우주를 배경으로 정말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과 더불어 우주의 적막함을 사운드로 표현한 점은 정말 훌륭하고 멋진 부분이였다. 산드라 블럭이 우주에 내팽겨졌을 때의 공포감을 화면으로 정말 현실감있게 보여주었을 때 가슴 한편이 턱~하니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함 가운데 점점 증폭되어지는 공포감은 정말 멋졌다.

누군가의 도움 그리고 희생 그리고 생존이라는 것은 유기적이고 융합되어지는 부분이 아니였나 싶다. 우리도 영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대고 도움을 받고 또 상대방의 약간의 희생으로 도움을 받고 또 우리도 서로가 약간의 희생이나 도움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일어서고 살아간다는 점을 본다면 '그래비티'는 정말 괜찮은 영화다.

지금의 내 자신이 조지 클루니의 코왈스키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 다들 되고 싶어하는 마음만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한발자국 움직여 보고 싶고 또 그러고 싶어진다. 그 만큼 삭막해져가는 이 사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