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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이야기

써니... 과거의 향수란?

영화 '써니'가 300만을 넘으려 한다. 개봉일에 마눌님과 본 '써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예전의 향수를 불러이르키는 팝송과 다양한 옛것들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고하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76년생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나이의 시작인가보다라는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든듯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중간에 있다는 생각을 아니 판단을 한다.

'써니'를 보면서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몰입되는 수준은 아니였다. 영화의 스토리가 아니라 영화를 아우르는 미장센에서 말이다. 약간은 나보다 윗세대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30대라서 그들의 현실은 왠지 부러우면서도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니면 내 자신의 성장기가 변두리였거나. 감독의 말 마따나 한 강남아주머니의 중학 시절 회상기라고 하니 뭐 그래?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나이키 운동화가 등장하고 그 시절의 주류였던 팝송이 등장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롤라장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그보다 이전을 다룬 듯하다. 뭐 나이키 운동화야 지금도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것같고. 오히려 나는 썬비에 익숙하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시절에 옆집 아주머니에게 프로스펙스인지 르까프인지 신발 선물 받고 무척이나 들떠있던 기억은 있다.

썬비나 워크맨이나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던 나에게는 약간은 윗세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다보니 옛추억은 변하고 자신의 기억은 변화되어 자신의 맞게 변형된다는 것을 세삼으로 알게되었다. 그것은 고집이 되기도 하고 지혜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고집으로 변형되어가는 듯하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나의 중학시절 친구들은 지금 뭐하고 지내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녀석은 대학시절 보기는 했는데 그 때 한번의 만남 이후로 제대로 본적이 없어 이름만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니 초등학교 친구는 몇 있지만 중학교 친구는 없다.

마지막을 즐거운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써니'를 보면서 다소 씁쓸함을 느꼈다. 영화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아닌 감독이 보여주려는 엔딩의 메세지가, 희망으로 보이는 그 메세지가 현실 도피적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언제나 바라는 그 물질적인 결과물과 호기심의 결정체라는 사실에서 말이다. 누군가는 강남의 아주머니가 누군가는 보험사 담당자가 누군가는 술집작부가 또 누군가는 잊지못할 추억을 주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그 엔딩은 어른으로서 보기에 현실에 비추어 찹찹함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엔딩이였다. 나도 현실에서 그런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써니'의 캐릭터들을 보면 아역과 성인역할의 싱크로율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20대보다는 30대가 공감할 내용이 많았고 30대보다는 40대가 공감할 내용이 많았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곡들은 40대들에게 익숙한 곡들이면서도 20대들에게 신선한 것처럼 40대에 맞추어진 영화로 난 보았다.

'써니'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녀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바라는 삶도 그 중에 있었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현실속에서 내가 찾아하는 답이 무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관객 300만이 넘으면 감독판 버전을 상영하겠다고하는데 그 약속은 지켜질까? 그러면 난 그것을 봐야하는 걸까? 모르겠다. 약간은 겁이 난다. 그냥 과거는 과거대로의 흥겨움으로 남겨두고 싶은데 분위기 봐서는 무겁게 갈것 같아서..

아참.. 마지막으로 민효린의 모습을 간만에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색다른 연기가 인상적이였다.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나오지 않아 묻힌 것인가? 했는데 말이다. 지금 출연중인 드라마에서도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여서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리고 심은경은 역시나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프로필에 빠질 수 없는 영화가 된 '써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