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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이야기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SF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에 되도록이면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도 당연히 봐줘야하는 셈이다. 개봉일이 한참이나 지났건만 이런저런일로 미루다가 드디어 보고 말았다. 감동이다. 감동.

다들 괜찮게 나왔다는 호평과 더불어 엑스맨3는 망작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1, 2편의 경우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을 맡았지만 3편의 경우 브렛 레트너가 맡았는데 브라이언 싱어가 각 캐릭터를 살리는데 주안을 두었다면 브렛 레트너는 이를 정리해야하는 입장이였기 때문에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이래저래 치이다 가볍게 치부되어 버려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3편의 경우 이미 캐릭터나 배우 케스팅이 완료된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3편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볼거리는 충분했지만 은근히 과잉된 면과 캐릭터가 소모성으로 변화된 점은 기존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1, 2편에 적응된 팬들에게는 짜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다 프리퀄로 나온 이번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매그니토)의 만남과 더불어 갈라지게 된 이유. 그리고 기존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퍼스트 클래스이후에 두편이 더 제작될 예정이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감독은 '킥애스'의 감독인 매튜 본이 맡았다. 매튜 본은 한정적인 제작비 속에서 알뜰한 제작과 더불어 캐릭터를 살리는데 주안을 두는 감독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주로 저예산 영화를 담당했기 때문인데 사실 킥애스의 영화 제작 과정을 보면 그가 상당히 꼼꼼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한마디로 가성비에 민감한...)

즉 디테일 따진다는 건데 그래서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 브라이언 싱어도 참여(각본)했다.

사실 둘이 성격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둘다 액션 장면을 그다지 많이 넣지 않지만 그 연결선을 부드럽게 해서 액션이 부족함이 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감독들이기도 하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도 돌이켜보면 액션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다. 엑스맨 1, 2도 액션장면에 길거나 자본이 많이 투자되었다라는 느낌은 받기 힘들다. 하지만 스토리 구성에 있어 적재적소에 넣어 부족함이 없는 메세지 전달을 한다.

둘간의 차이가 있다면 브라이언 싱어가 블록버스터 작품에 대한 경험치가 높다서 액션신에 대한 기준치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고 매튜 본은 아직 게임 영상 같은 느낌을 준다는거? 영화 보면서 C&C가 상당히 많이 생각났다는.. ㅎㅎ

대중성 있는 영화를 리부트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면 중간에 스토리를 껴집어 넣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헤일로 : 리치도 게임 제작하면서 기존의 시간대가 엉켰고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도 일부 시간대가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리부트라는 명제 아래 밀고나간다. 대중들에게는 낙점이였지만 원작팬들에게는 아놔~ 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는... ^^

옛날에는 액션 영화면 액션이 화려하면 좋았지만 지금은 반전도 있어야하고 스토리텔링도 좋아야하고 한마디로 오감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꽤나 영리하게 성공한 영화다. 

그리고 그 성공의 바탕에는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가 있다.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는 캐릭터 가져야하는 성격을 확고히 전해준다. 물론 미스틱 역의 제니퍼 로렌스도 마찬가지이며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 세바스찬 쇼우 역의 케빈 베이컨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나 3편에서 허무한 결말로 치닫은 미스틱에 분노를 이르켰던 팬이라면 이번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제니퍼 로렌즈는 '윈터스 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로 미스틱의 감정 변화를 잘 이끌어 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볼 땐 즐거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이지만 보고 나와 꼽씹어보면 이전작의 엑스맨처럼 무거운 메세지가 있음을 느낀다. 가진자와 못 가진자, 가졌지만 다수로부터 소외받는 자, 다수 앞에 짖눌리는 자.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신념의 충돌은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괴리감을 표현한다.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는 서로 반대된 환경에서 자라 상반된 성향을 가지며 서로가 현실의 대안이 아닌 이상주의적인 추구가 되어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선을 구축하게 되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이래저래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2011년 상반기 외국 영화 중 가장 볼만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시네21의 평처럼 이코노믹에 있던 영화를 퍼스트 클래스로 올려버린 영화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자면 매튜 본은 어서 킥애스2를 제작해 주길 바란다. ㅡ.ㅜ